조영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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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죄와 친족상도례, 이중 위탁 관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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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죄와 친족상도례, 이중 위탁 관계에서는? 법원의 판단을 심층 분석합니다

돈이 두 사람을 거쳐 전달되는 이른바 ‘이중 위탁’ 상황에서 횡령죄와 친족상도례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대법원 판단을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횡령죄 사건과 친족상도례의 기본 이해: A씨의 돈을 횡령한 P씨 사건을 통해

A씨는 B씨에게 400만원을 주며 C씨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A씨의 삼촌인 피고인 P씨가 B씨에게 “내가 직접 전해 주겠다”고 하여 그 400만원을 건네받은 뒤 C씨에게 전달하지 않고 임의로 써 버렸습니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성립하는 횡령죄가 문제 되는 구도입니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는 강도죄·손괴죄·강제집행면탈죄 등을 제외한 재산 범죄가 친족 간에 발생하면 형을 면제하거나(형법 제328조 제1항),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다루는(같은 조 제2항) 특례입니다. 다만 제1항은 202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적용이 중지되어, 현재는 제2항의 친고죄 구조가 실무상 더 중요합니다.

금고에서 돈이 사라진 것을 보고 가족들이 서로를 의심하는 복잡한 법적 상황을 나타내는 그림
복잡한 법적 쟁점

친족상도례의 적용 요건 및 횡령죄에서의 쟁점

친족상도례는 ‘범인과 피해자’ 사이에 법률상 친족 관계가 있어야 적용됩니다. 횡령죄에서는 소유자·위탁자·재위탁자가 등장하므로, 누구를 피해자로 볼 것인지가 승패를 가릅니다.

이 사건에서 A씨는 소유자이자 최초 위탁자, B씨는 재위탁자, P씨는 돈을 소비한 사람입니다. P씨와 A씨는 삼촌·조카 사이지만, P씨와 B씨는 친족이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이 지점에서 의뢰인이 자주 오해합니다. “가족끼리 일어난 일이니 형사 처벌은 안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상담에서 정말 많이 받는데, 돈이 오간 경로에 친족이 아닌 제3자가 한 명이라도 끼어 있으면 결론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건 초기에 ‘누가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돈을 건넸는지’ 전달 경로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심급별 판결 변화: 대법원은 왜 친족상도례를 부정했나?

법원은 심급(재판의 단계로 1심, 2심, 3심으로 나뉨)마다 다른 결론을 냈습니다.

심급 판결 내용 판결 근거
1심 법원 P씨에게 횡령죄를 인정하여 벌금 200만원 선고 P씨의 횡령 행위가 명백하며, 친족상도례 적용 불가 판단
2심 법원 P씨에 대한 공소 기각(재판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음) 친족상도례 적용. 범인(P씨)과 피해물건의 소유자(A씨) 및 위탁자(B씨) 쌍방이 모두 친족 관계에 있을 때만 친족상도례가 적용된다고 해석
대법원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환송(다시 재판하도록 돌려보냄) 피해자 범위에 최초 위탁자 A씨뿐 아니라 재위탁자 B씨도 포함. P씨와 B씨는 친족 관계가 없으므로 친족상도례 적용 불가

2심은 소유자 A씨와 재위탁자 B씨 모두가 P씨와 친족이어야 특례가 적용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으나 이를 사안에 잘못 적용했고,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아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법률 문서와 돈을 놓고 논의하는 모습으로 친족상도례 적용 요건을 상징
친족상도례 요건

대법원의 최종 판단: 이중 위탁 관계와 피해자 범위

횡령죄의 보호법익(법률이 보호하려는 이익)은 위탁관계에서 생긴 신임을 바탕으로 한 타인 재물에 대한 소유권 기타 본권인데, P씨는 B씨로부터 직접 보관을 위탁받아 신임 관계를 맺었으므로 소유자 A씨뿐 아니라 B씨도 피해자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따라서 피해자 중 한 명인 B씨와 범인 P씨 사이에 친족 관계가 없는 이상 친족상도례는 적용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3438 판결

횡령죄의 보호법익이 위탁관계에 의하여 발생한 타인의 재물에 대한 소유권 기타 본권이라면, 위탁자인 동시에 재물의 소유자나 다른 권리자인 A씨뿐 아니라 재위탁자인 B씨 역시 횡령죄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P씨와 재위탁자 B씨 사이에 친족 관계가 없으므로,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

실무에서 이 쟁점은 대개 두 갈래로 다투어집니다. 하나는 “위탁관계가 애초에 성립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재위탁자를 피해자로 볼 수 있는가”입니다. 계좌이체 내역, 돈을 건넬 당시의 문자·메신저 대화, 제3자의 목격 진술이 위탁 사실과 그 명목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특히 현금으로 건넨 사건에서는 위탁 사실 자체가 부인되어 “빌려준 돈”이라는 주장으로 흐르기 쉬우므로, 대화 기록을 삭제하지 않고 원본 형태로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이 고소기간입니다. 친고죄로 처리되는 구간이라면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하고(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이 기간이 지나면 사실관계가 아무리 분명해도 공소 기각으로 끝납니다. 가족 간 일이라 “조금 더 기다려 보자”며 시간을 보내다 기간을 넘긴 사례가 적지 않으므로, 형사 절차를 염두에 둔다면 날짜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형사와 별개로 위탁자 지위에서 부당이득 반환이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 절차도 검토할 수 있는데, 상대방의 재산 은닉이 우려된다면 소 제기 전에 가압류를 먼저 살펴보는 편이 실효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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