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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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잘못 없이 토지 이용 불가? 이행강제금, 누가 내야 할까?

변호사 조영수

본인의 잘못 없이 토지를 쓸 수 없게 되었는데도 행정청이 "약속한 용도로 이용하지 않았다"며 이행강제금(이행강제금: 행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게 금전 부담을 지워 의무 이행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제재입니다)을 부과할 수 있을까요. 이 쟁점을 다룬 판결을 살펴봅니다.

사건의 발단: 종중 토지 사기와 공장 설립 중단

A씨는 공장을 세우기 위해 B종중(종중: 같은 조상의 후손들이 제사와 재산 관리를 위해 만든 단체입니다) 소유의 부동산을 C씨로부터 7억 4,200만원에 매입하고 소유권이전등기(소유권 이전을 공적 장부에 기록하는 절차입니다)까지 마쳤습니다.

매도인 C씨는 종중 재산을 처분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종중총회를 열지 않은 채 종중총회 회의록을 위조해 매매를 진행했습니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B종중은 A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 소송(이미 마쳐진 등기가 원인 없이 이루어졌으니 지워달라고 구하는 소송입니다)을 제기했고, 소유권이 다투어지는 땅에는 건축 인허가를 진행할 수 없어 공장 설립 계획은 그대로 멈췄습니다.

손상된 서류와 체인으로 묶인 토지, 그리고 이행강제금 고지서 이미지를 통해 복잡한 법적 분쟁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이행강제금, 내 책임이 아닐 때도 내야 할까?

평택시의 이행강제금 부과와 A씨의 항변

관할 지자체인 평택시는 A씨가 토지거래 허가(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일정 규모 이상 토지를 거래할 때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입니다)를 받은 목적대로 토지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6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습니다. A씨는 그 원인이 전적으로 C씨의 사기에 있다며 이행강제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무에서 이 단계를 놓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행강제금은 이용 의무가 이행될 때까지 매년 반복해 부과될 수 있어, 첫 부과에 다투지 않고 납부하면 이후 부과분까지 그대로 쌓입니다. 또한 취소소송에는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이라는 제소기간이 있으므로, 억울하다는 판단이 서면 고지서를 받은 시점부터 일정을 관리해야 합니다. 부과 전 이행명령·사전통지 단계에서 소유권 분쟁 사실과 인허가 진행 불가 사정을 서면으로 제출해 두면, 이후 소송에서도 유리한 자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1심과 항소심의 엇갈린 판단

이 사건은 하급심의 결론이 정반대로 갈렸습니다.

구분 내용
1심 재판부의 판단 A씨가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때부터 B종중의 말소소송이 제기될 때까지 약 11개월 동안 공장 설립 등 허가 목적에 맞는 사업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 이행강제금 납부 의무가 있다고 보아 평택시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미이행이라는 객관적 사실 자체에 무게를 둔 판단입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소송을 제기한 사람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판결입니다)을 선고했습니다. 의무 불이행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불이행을 초래한 원인과 책임 소재까지 심리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정의의 여신상이 들고 있는 저울에 한쪽에는 '개인의 과실'이, 다른 한쪽에는 '제3자의 사기'가 놓여 있어 법정에서의 공정한 판단을 시각적으로 나타냅니다.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요?

항소심 법원의 결정: A씨 승소 이유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행정6부 2011누28836 판결)의 핵심 판단은 'A씨의 귀책사유(귀책사유: 어떤 결과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잘못이나 원인을 말합니다) 없이 토지 이용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C씨가 종중총회 회의록을 위조한 불법행위였고, A씨는 그로 인한 피해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형식적 불이행 사유만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며, 행정처분은 상대방이 처한 실질적 상황과 불이행의 원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행강제금 부과 처분의 정당성 판단 기준

이 판결은 이행강제금의 정당성을 따질 때 '의무 불이행의 원인'과 '본인의 귀책사유 유무'를 함께 심사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구분 주요 판단 기준 및 특징
이행강제금 부과가 정당한 경우
  • 행정 의무(예: 토지 이용 의무) 불이행 사실이 명확히 인정될 때
  • 의무 불이행이 의무자 본인의 고의 또는 과실 등 귀책사유에 기인한 경우
  • 의무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 사유가 없을 때
  • 의무 이행을 강제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명확할 때
이행강제금 부과가 부당할 수 있는 경우
  • 천재지변, 불가항력, 제3자의 명백한 불법행위 등 본인의 귀책사유 없이 불이행이 발생한 경우
  • 행정처분의 오류 등으로 의무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 토지거래 허가 목적 달성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해졌는데도 형식적 불이행만을 이유로 부과한 경우
  • 처분이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때

A씨가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 토지를 이용하지 못한 원인은 전적으로 C씨의 사기에 있었고 A씨의 귀책사유는 없었다는 점이, 항소심이 부과를 위법하다고 본 결정적 근거였습니다. 상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 "귀책사유가 없다는 걸 무엇으로 증명하느냐"인데, 실무에서는 말소소송 소장과 변론기일 통지서, C씨에 대한 형사 고소장·공소장·판결문, 인허가 신청 접수증과 반려·보류 통지를 시간 순서로 묶어 '언제부터 이용이 불가능해졌는지'를 특정하는 방식이 유효한 경우가 많습니다. 담당 공무원과의 통화나 창구 상담 내용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및 시사점

제3자의 불법행위로 행정 의무까지 이행하지 못한 경우에는, 행정처분 대응과 별개로 매도인에 대한 계약 해제·매매대금 반환과 손해배상 청구, 사기죄 고소를 함께 검토합니다. 이미 납부한 이행강제금 상당액도 손해로 주장할 여지가 있으므로 납부 영수증은 보관해 두시기 바랍니다.

이행강제금은 불이행 결과만으로 자동 부과되는 벌칙이 아니라 원인과 귀책사유를 따져 부과되어야 합니다. 유사한 처분을 받으셨다면 제소기간 내에 자료를 정리해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법적 고지: 본 블로그 게시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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