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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감지기 거부도 음주측정거부죄? K씨 사례로 본 무죄 조건

변호사 조영수

음주감지기 거부도 음주측정거부죄? K씨 사례로 본 무죄 조건

야간 음주단속에서 경찰관이 내민 기기가 혈중알코올농도를 수치로 재는 ‘음주측정기’가 아니라, 술을 마셨는지 여부만 가려내는 ‘음주감지기’였다면 어떨까요. 이 1차 검사를 거부한 것도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될까요. 실제로 이 쟁점이 정면으로 다투어진 K씨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경찰관이 음주감지기를 제시하고 운전자가 법정 저울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
음주감지기 거부, 법적 책임은?

음주감지기와 음주측정기는 어떻게 다른가

단속 현장에서 쓰이는 장비는 크게 두 가지이며, 역할과 법적 의미가 다릅니다.

구분 내용
음주감지기

목적: 음주 여부를 1차로 걸러내는 선별 도구로, 농도 수치가 아니라 알코올 성분의 유무만 판별합니다.

방식: 숨을 불어넣으면 색상 변화나 경고음으로 반응이 나타납니다.

법적 효력: 이 반응만으로 음주운전죄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음주측정기

목적: 감지기에서 음주가 의심되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정밀 측정합니다.

방식: 호흡 중 알코올 농도를 수치로 표시하며, 법정 기준치를 넘으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법적 효력: 측정 수치는 법정에서 음주운전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증거로 쓰입니다.

정리하면 감지기는 예비 검사이고, 여기서 반응이 나와야 측정기를 이용한 정밀 검사 단계로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감지기 거부만으로도 음주측정거부죄가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음주 여부만 확인하는 감지기 검사라 하더라도, 운전자의 측정 불응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누가 보더라도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 분명히 드러난 상태)했다면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운전자의 측정불응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였는지는 음주측정을 요구받을 당시의 운전자의 언행이나 태도 등을 비롯하여 경찰공무원이 음주측정을 요구하게 된 경위, 그 측정 요구의 방법과 정도,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등 측정불응에 따른 관련 서류의 작성 여부, 운전자가 음주측정을 거부한 사유와 태양 및 거부시간 등 전체적 경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2. 24. 선고 2013도8481 판결 참조).

“나는 감지기만 거부했을 뿐”이라는 항변 하나로 책임을 벗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대목에서 거부의 횟수와 시간이 집중적으로 다투어집니다. 경찰관이 몇 분 간격으로 몇 차례 요구했는지, 거부 시 처벌된다는 고지가 있었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순찰차 블랙박스와 보디캠 영상은 보존기간이 지나면 삭제되는 일이 잦으므로, 초기에 보존 요청과 정보공개청구를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음주감지기와 음주측정기 두 가지 장비가 나란히 비교되어 있는 모습
감지기 vs 측정기 비교

K씨가 무죄를 받은 이유

K씨는 감지기 검사를 거부해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무죄(범죄의 증명이 없어 처벌을 면하는 판결)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이 주목한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운전 종료 후 상당 시간 경과: 운전을 마친 시점부터 감지기 검사를 요구받기까지 약 2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 음주 시점의 불분명: K씨는 주차 후 일행과 편의점 앞 탁자에서 40분 이상 머물렀고, 그 탁자 위에는 술병이 놓여 있었습니다. 운전을 끝낸 뒤 현장에서 마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되더라도, 그 음주가 운전 전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핵심 요건은 ‘상당한 이유’

경찰관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할 권한이 생기려면, 먼저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다고 의심할 합리적이고 충분한 근거, 즉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운전자에게 측정에 응할 법적 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K씨 사건은 요구 시점에 이미 운전이 끝난 지 오래였고 현장 음주 가능성까지 남아 있어, 요구 자체가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본 사안입니다.

상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은 “운전은 인정하는데 술은 내려서 마셨다고 하면 되느냐”입니다. 이른바 후행 음주 주장은 편의점 결제내역, 카드전표, 매장 CCTV, 동석자 진술처럼 음주 시각과 음주량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힘을 갖습니다. 근거 없이 주장만 반복하면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점은, 형사절차와 별개로 운전면허 취소 처분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형사에서 다툴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면 이의신청·행정심판의 청구기간(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을 함께 관리해야 하며, 이 기간을 넘기면 면허 부분은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마무리

음주단속 사건은 거부 행위의 존재보다, 그 요구가 적법했는지와 운전 당시의 음주를 의심할 근거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조사 일정이 잡혔다면 진술 전에 사실관계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확보 가능한 자료를 점검한 뒤 대응 방향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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