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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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 실수 상속, 횡령죄 면한 비결? '친족상도례'의 모든 것

변호사 조영수조회 1
법정에서 판사가 친족상도례에 따라 공소기각을 선고하고 있는 장면
공소기각으로 반전!

호적 실수 상속, 횡령죄 면한 비결? '친족상도례'의 모든 것

서류상의 작은 오류가 수십억 원대 상속과 횡령죄라는 형사 문제로 번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호적(가족관계를 기록하던 공적 장부)의 착오에서 시작된 상속 분쟁과, 그 결말을 뒤바꾼 '친족상도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와 1심 판결: 수십억 상속재산과 횡령죄

수십 년 전 호적 담당 공무원의 착오로, 사촌 관계였던 A씨와 B씨(P씨의 생모) 사이에서 P씨가 A씨의 아들로 잘못 등재되었습니다. A씨는 이를 바로잡지 않은 채 사망했고, 수십억 원의 상속재산은 호적상 친자로 기재된 P씨에게 넘어갔습니다. P씨는 상속재산 중 상당 부분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알게 된 A씨의 의붓아들 C씨는 P씨를 횡령죄(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불법적으로 취득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범죄)로 고소했고, P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가족을 상징하는 실루엣 주변에 친족상도례를 나타내는 보호막이 둘러싸여 있는 그림
가족을 지키는 법

‘친족상도례’란 무엇인가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는 형법상 재산범죄(재산에 대한 침해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에서 친족 사이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해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적용 방식은 두 갈래입니다. 일정 범위의 친족 간 재산범죄는 형을 면제하고, 그 밖의 친족 간 재산범죄는 피해자의 고소(수사기관에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검사가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행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례의 취지는 가정 내 재산 문제에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자율적 해결을 유도하려는 데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형면제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와, 개정 시한까지 그 적용이 중지된 상태라는 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은 "가족이니까 처벌받지 않는다"는 전제 대신, 문제된 행위 시점과 친족의 범위를 나누어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구분 내용
형벌 면제 대상 직계혈족(부모, 자녀 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에 범한 재산죄
고소 필요 대상 위 대상 외의 친족(예: 4촌 이내 혈족 등) 간에 범한 재산죄

항소심 ‘공소기각’의 반전

P씨는 항소(1심 판결에 불복해 2심 재판을 구하는 절차)했고, 항소심 변호인은 두 가지를 짚었습니다. 이 사건 횡령죄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데, 고소인 C씨는 적법한 고소권자(고소할 권리가 있는 사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A씨와 C씨 사이에는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았고, 따라서 C씨는 A씨의 상속권자가 아니었습니다. 상속재산에 관한 피해자의 지위를 갖지 못하는 사람의 고소는 부적법(법이 정한 절차나 방식에 어긋남)하다는 논리였습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범죄)에서 고소권자가 아닌 제3자의 고소는 효력이 없으므로, 공소제기 절차가 무효라고 본 것입니다. 결국 원심을 파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피고인 전원에 대해 공소기각(형식적 요건 흠결을 이유로 본안 심리 없이 절차를 종료하는 판결) 판결이 선고되었고, 검찰이 상고를 포기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실무에서 이 쟁점은 생각보다 자주 갈립니다. 상담을 받다 보면 "내가 피해자다"라고 확신하는 분들이 많지만, 정작 가족관계등록부와 제적등본을 떼어 보면 상속인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소를 접수하기 전에 상속인 자격부터 서면으로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로 신분관계를 먼저 정리한 뒤 형사 절차에 들어가는 순서를 검토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공소기각의 판결) 다음 경우에는 판결로써 공소를 기각하여야 한다.

2.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

친족상도례의 적용 범위와 주의점

1. 친족의 범위

친족의 범위는 민법을 따릅니다.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혼인으로 맺어진 친족), 배우자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모·삼촌·사촌은 포함될 수 있으나, 사돈지간은 민법상 친족이 아니어서 적용되지 않습니다.

2. 적용되는 재산죄

절도죄, 횡령죄, 배임죄(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해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범죄), 사기죄, 공갈죄, 장물죄, 권리행사방해죄 등이 해당합니다.

3. 적용되지 않는 재산죄

강도죄, 손괴죄, 강제집행면탈죄 등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재산적 피해 외에 신체에 대한 위해나 공권력 집행 방해라는 다른 법익 침해가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구분 내용
적용 대상 재산죄 절도, 횡령, 배임, 사기, 공갈, 장물, 권리행사방해 등
비적용 대상 재산죄 강도, 손괴, 강제집행면탈죄 등

4. 친족관계의 인식과 시점

친족관계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면 행위자가 그 사실을 알았는지는 적용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친족관계에 관한 착오가 있어도 고의(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에는 영향이 없으며, 범행 당시 친족관계가 있었다면 그 후 관계가 소멸해도 적용됩니다.

5. 공범에 대한 적용

여러 사람이 함께 범한 경우 친족관계가 있는 공범에게만 개별적으로 적용됩니다. 친족이 아닌 공범은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6. 피해자와의 관계

이 규정은 범인과 피해 물건의 소유자 및 점유자(실제로 물건을 지배하는 사람) 사이에 친족관계가 있을 때 적용됩니다. 소유자와 점유자가 다른 절도 사안에서는 양쪽 모두와 친족관계여야 하며, 한쪽만 친족이면 적용되지 않습니다.

친고죄 고소 기간, 절대 놓치지 마세요

친고죄에 해당하는 재산범죄는 고소 기간이 엄격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30조에 따라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피해가 명백해도 처벌을 구할 수 없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언제 범인을 알았는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집니다. 상속재산 인출 사실을 알게 된 금융거래내역 발급일, 가족 간 대화 녹취, 내용증명 발송일 같은 자료가 기산점을 가르는 증거가 되므로, 의심이 생긴 시점부터 날짜가 남는 방식으로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30조(고소기간)

① 친고죄에 대하여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 단,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로부터 기산한다.

형사 절차가 막혔다고 회복 수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회복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 같은 민사적 대응이 남아 있고, 상속회복청구권은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의 기간 제한을 받으므로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의 시한을 함께 계산해 순서를 정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 친족 간 재산 분쟁에 놓였다면 초기에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대응 방향을 잡으시기 바랍니다.


법적 고지

본 블로그 게시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각 개인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법률 적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같은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서울고등법원 춘천 제1형사부 2013년 판결 (실제 사건 기반)
  • 형법 제328조 (친족 간의 재산죄와 고소)
  • 형사소송법 제230조 (고소기간)
  • 형사소송법 제327조 (공소기각의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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