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 어디까지가 방어이고 어디부터가 공격일까?
정당방위, 어디까지가 방어이고 어디부터가 공격일까?
늦은 밤 집에 들어섰는데 낯선 사람이 방 안을 뒤지고 있다면, 대부분은 본능적으로 몸을 던져 자신과 가족, 재산을 지키려 할 것입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상대에게 큰 상해를 입혔을 때 오히려 형사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당방위' 논란은 언제나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새벽 귀가길, 도둑 잡으려다 처벌받은 20대 남자의 사건
새벽에 귀가한 20대 남성이 자기 집에서 서랍장을 뒤지던 50대 남성을 발견했습니다. 남성은 도둑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넘어뜨린 뒤, 빨래 건조대와 벨트 등으로 등 부위를 여러 차례 가격했습니다. 도둑은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사망했습니다.
남성은 `상해치사 (남의 몸에 상해를 입혀 사망에 이르게 하는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1심 법원은 `정당방위 (자신이나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행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 큰 논란이 일었고, 항소심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일정 기간 형의 집행을 미루고, 그 기간이 무사히 지나면 형 선고의 효력을 잃게 하는 제도)` 3년을 선고했으며 이 판결은 대법원을 거쳐 확정되었습니다. 침입자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다 유죄 판결을 받은 이 사건은 정당방위의 문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줍니다.
우리 법이 말하는 '정당방위'란 무엇인가?
`정당방위`는 `형법 (범죄의 성립 요건과 형벌의 종류·범위를 규정하는 법)` 제21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법원은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정당방위를 인정하며, 침해되는 `법익 (법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의 종류, 침해 방법, 방위 행위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따집니다.
형법 제21조(정당방위)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③ 제2항의 경우에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 구분 | 내용 (요건) |
|---|---|
| 현재의 부당한 침해 | 나 또는 다른 사람의 법익(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한 위법한 공격이 지금 발생하고 있거나 임박한 상태여야 합니다. 침해가 이미 끝난 뒤의 보복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
| 방위 목적 | 오직 현재의 침해를 막기 위한 의도로 한 행위여야 합니다. 복수심이나 공격 목적이 섞여서는 안 됩니다. |
| 상당한 이유 (상당성) | 방위 행위가 침해되는 법익에 비추어 사회 통념상 적절한 정도를 넘지 않아야 합니다. 실무상 가장 까다롭게 판단되는 요건입니다. |
'상당한 이유'가 핵심입니다
정당방위 인정 여부를 가르는 것은 결국 `상당성 (행위가 사회 통념상 합리적이고 적절한 정도인지)`입니다. 이는 받은 만큼만 돌려주라는 기계적 계산이 아니며, 법원은 다음 요소들을 함께 봅니다.
- 침해받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생명의 위협을 받은 경우와 재산 침해에 그친 경우, 허용되는 방위의 폭은 달라집니다.
- 침해의 방법과 완급: 갑작스럽고 강력한 공격에는 다소 과격한 대응도 용인될 여지가 있습니다.
- 방위 행위가 침해한 법익의 종류와 정도: 막으려던 해악보다 가한 해악이 현저히 크다면 상당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 그 밖의 구체적 상황: 장소, 시간, 당사자의 체격과 신체 능력 차이, 흉기 소지 여부 등 정황 전체가 반영됩니다.
실무에서는 이 상당성 판단이 '몇 대를 때렸는가'보다 '침해가 끝난 뒤에도 계속했는가'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가 넘어지거나 도망가기 시작한 시점 이후의 행위는 별개의 폭행으로 평가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건 직후 CCTV 영상, 건물 출입기록, 112 신고 녹취를 확보해 시간 순서를 특정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상가·빌라 CCTV는 보존 기간이 2주 안팎인 곳이 적지 않아, 시기를 놓치면 유리한 정황을 입증할 수단 자체가 사라집니다.
과잉방위는 감경, 하지만 '공격'은 예외
방위 행위가 상당성을 넘어선 경우 형법은 이를 `과잉방위 (정당방위 요건 중 상당성을 초과한 방위 행위)`로 보아 형을 `감경 (형벌의 양을 줄이는 것)`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야간이나 공포·경악·흥분 상태에서 이루어진 과잉방위는 아예 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애초에 방어라고 볼 수 없거나 방위 행위의 한도를 명백히 벗어난 행위는 과잉방위로도 평가받지 못합니다. 도망가는 침입자를 쫓아가 다시 때리거나, 이미 제압된 상대에게 계속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새로운 `공격행위 (상대에게 해를 가할 목적의 행위)`로 취급되어 정당방위도 과잉방위도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법원 판례로 보는 정당방위의 딜레마
대법원 판결은 이 기준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비슷해 보이는 사안에서도 결론이 갈리는 이유를 두 사례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내연녀 폭행 사건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58판결):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 아내가 내연녀의 집으로 찾아가 폭행했고, 폭행을 당하던 내연녀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아내에게 상해를 입혔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정당방위로 보았습니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행위였다는 점이 인정된 것입니다.
- 말다툼 중 쌍방폭행 사건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도4934): 말다툼 중 한쪽이 컵의 물을 끼얹고 머리채를 잡자 상대가 뺨을 때리고 어깨를 잡아 밀고 당긴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공격할 의사로 주고받는 `쌍방폭행 (두 사람이 서로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은 원칙적으로 방위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상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제가 먼저 맞았는데도 왜 같이 입건되나요?"입니다. 수사 실무에서는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보다, 양쪽 모두 다툼에 응할 의사가 있었는지를 봅니다.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다는 점을 다투려면 자신이 물러서거나 자리를 피하려 한 정황이 영상이나 목격자 진술로 남아 있어야 유리합니다.
'먼저 때려라'는 금물! 방어와 공격의 결정적 차이
진정한 정당방위는 오직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순수한 방어여야 합니다. 서로 싸울 의사로 말다툼하다 몸싸움으로 번진 상황에서는, 먼저 공격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반격이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방어와 가해의 의사가 뒤섞여 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때릴 테면 때려 봐" 같은 도발적 언행이나 몸싸움에 적극 가담하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위협적인 상황에서는 가능한 한 신속히 현장을 벗어나고 경찰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미 사건이 벌어졌다면, 경찰 조사 전에 사건 경위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두고 상해 부위는 당일 사진과 진단서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첫 조사에서 흥분한 상태로 "화가 나서 계속 때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해 버리면, 이후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를 주장하기가 상당히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형사 절차와 별개로 상대방이 치료비와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흔합니다. 형사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상대의 선행 침해가 인정되면 손해배상 범위가 줄어드는 `과실상계 (피해자의 잘못을 참작해 배상액을 감액하는 것)`가 적용될 수 있으므로, 초기부터 두 절차를 함께 고려해 대응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마무리하며: 법은 당신의 편이지만, 한계를 알아야 합니다
정당방위는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적용 요건은 매우 엄격합니다. 순간의 판단이 피해자를 가해자로 바꿔 놓을 수 있는 만큼, 위협 상황에서는 대응의 강도와 지속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관련 분쟁에 휘말렸다면 혼자 판단하기보다 초기 단계에서 변호사와 상담해 진술 방향과 증거 확보 계획을 함께 정리하시길 권합니다.
[법적 고지]
본 게시물은 법률 정보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되었으며,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으로 활용될 수 없습니다. 실제 법적 문제 발생 시에는 반드시 변호사 등 전문가의 개별적인 상담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본 정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하여 당사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